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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재테크 일반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의 의미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by 한발자국앞으로 2022. 10. 13.

기준금리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게 부족한 자금을 대출을 해주거나, 여유 자금을 예치하도록 할 때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입니다. 한국은행은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여 연 8회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결정한 기준금리는 금융기관 간에 자금을 거래할 때 활용되는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이후 장단기의 시장 금리, 예금 및 대출 금리 등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한국은행의 금융 정책의 방향을 시장에 제시함으로써 심리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준금리 3%

2022년 10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3.0%로 인상하였습니다. 2012년 10월에 기준금리를 기존 3.0%에서 2.75%로 인하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3.0%까지 높아진 것입니다. 2009년 1월 이후로 봐도, 2011년 3월 ~ 2012년 10월까지의 1년 6개월을 제외하곤 기준금리가 줄곧 3.0% 미만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꽤 오랜 기간만에 기준금리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재차 0.25% 혹은 0.5% 인상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만큼, 거의 15년 만에 가장 높은 기준금리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

지난 2년이 넘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가계 대출이 급증하면서, 국내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져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금융 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에서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국내 실정과 일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2년 10월 12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이런 시장의 우려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지만, 높은 물가와 환율의 영향으로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첫 번째 목표인 물가 안정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일부 어려움을 감수한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물가 안정

여기서 참고할 부분은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물가상승률"을 일정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정책의 최종 목표로 합니다. 실제 목표가 되는 물가상승률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19년 이후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의 국내 물가상승률이 5.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도 같은 이유로 올해 약 8.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있습니다. 연준 또한 물가 안정이 통화정책의 제1순위 목표인 것입니다.

물가 안정이 통화정책의 첫 번째 목표라는 점을 생각하면, 왜 미국과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좀 모호합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

사실 대부분 어렴풋이 짐작하듯이 우리나라의 금융 환경은 미국의 상황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98년 IMF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 시장은 외국에 전면적으로 개방되었고, 해외의 막대한 자금은 전 세계의 많은 나라를 마치 하나의 시장인 것처럼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금융 환경 속에서 자금은 내외부 요인에 따라 국내에 투자되었다가 해외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해외에 투자되었다가 국내로 밀려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자금은 언제나 위험 대비 기대 수익률을 고려하며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용이 높을지 판단하게 됩니다. 이때, 각국의 신용도는 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판단하는데 활용되고, 기준금리는 기대 수익률을 가늠할 때 참고하게 됩니다. 즉, 같은 위험이라면 기준금리가 높아 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높은 곳을 투자하게 될 것이고, 같은 기준금리라면 위험이 낮은 곳에 투자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투자처로 놓고 비교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나라가 더 금융적으로 안정적인지에 대한 판단과 기준금리로 인한 기대 수익률을 놓고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죠. 다만, 미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금융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은 거의 반박이 어려울 정도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기준으로 한 경제와 원화를 기준으로 한 경제의 비교에서도 그렇고, 북한과 대치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도 그렇고, 전체 경제 규모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미국과 우리나라를 투자처로만 놓고 본다면,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한 시장의 기대 수익률이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더 불안정한 만큼 미국 경제에 투자하는 것 대비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줘야 투자의 유인이 생기는 것입니다.(물론 기준금리가 기대수익률을 100% 결정짓진 않습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

지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0.75% 인상)에 이후 한미간의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상태로, 2020년 2월 이후 1년 7개월 만(2022년 9월 기준)이며, 역사상 네 번째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과거의 세 번에 걸친 금리 역전 현상에서는 환율이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고, 주식시장도 오히려 상승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기준금리의 역전 현상이 반드시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부동산발 금융위기로 치닫고 있을 때인 2005년 ~ 2007년에는, 국내의 경제 상황이 미국에 비해 더 나았기 때문에 투자처로써의 매력이 살아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더 많이 감지되는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도 현재 24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고,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으로 부풀려진 자산은 거품이 잔뜩 껴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과거와는 달리 사상 최대 무역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기업 환경도 안 좋습니다. 한마디로 국내 경제 상황이 미국에 비해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쟁, 공급 차질 등 외부 환경 요인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힘입어 환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과거의 사례로 보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의 영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국내 경제가 굳건한 상황이었던 때에는 기준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충분하여, 경제 자체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 미국에 비해 더 취약한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최근 상황에서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환율과 무역 적자입니다. 환율은 고공행진을 하고있고, 기준금리는 역전되었는데, 무역수지도 적자 폭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달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환율을 더 끌어올리게 되어, 수입 물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안 그래도 높은 물가가 수입 물가 상승으로 더 높아진다면, 한국은행도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를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집행하게 되면서, 자산 시장이 경착륙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형태로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국내 경제가 견고했다면, 미국 연준의 움직임에 크게 동요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현재의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그리고 기준금리 역전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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